언론보도

중앙일보 뉴스(5/17)_불임이 현대사회에 쉽게 나타나는 이유?

불임은 현대의 사회구조적인 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하나의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과거 농경생활과는 달리 개인의 생활패턴이 사회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고, 신체적인 요인보다는 경제적이고 계획적인 요인들에 의해 임신을 준비하기 때문에 불임은 현대 사회의 영향을 받게 된다.

한 사람의 몸에서 생명을 잉태해 또 다른 생명으로 탄생시키는 일은 존엄하고 신비로운 일이다. 이런 자연적이고 놀라운 일을 인력으로 해낼 수 있을까. 진료를 하다 보면 ‘임신’이라는 문제를 사람의 힘으로 좌지우지 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신체구조적인 장애로 인해 임신이 불가능한 분들. 가령 양측의 나팔관이 모두 절제되어 있는 경우라면 현재로서는 자연 임신이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불임 시술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구조적인 장애가 아니라면 몸의 균형을 다스려가면서 자연임신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최근 들어 원인을 알 수 없는 원인 불명의 불임 부부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임신이 되지 않는 이유를 안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은 유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어느 하나의 원인만으로 직접적인 결과를 유발해내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임신에 있어서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인들로는 매일 먹는 음식부터 시작해서 일상 생활 패턴, 그리고 주위 환경적인 문제 등, 다양한 조건들이 본인의 내적인 환경을 만드는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건강에 좋지 않은 인스턴트 음식을 즐겨 먹는다면, 건강한 임신을 하기에는 좋지 않은 조건을 만들게 될 수 있다.

결혼 후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했는데 임신이 되지 않았다면, 대개는 여성 측에서 본격적인 노력을 시도하게 된다. 배란이 정상적으로 진행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배란 유도를 해보기도 하고, 배란 유도를 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점점 더 초초해져서 심리적인 압박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배란일 정도만 체크해 보려고 병원에 갔다가 몇 개월간 임신이 되지 않으면 점차 실망을 하게 되어,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이 되어버린다. 내가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배란 유도 다음 단계인 인공수정을 하게 되며, 두세 번의 인공수정으로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는 시험관 시술까지 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여성이 겪어야 할 고통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시술 전후에 훨씬 증가한 체중을 보고는 한번 더 깜짝 놀라게 된다.

30대가 넘어선 부부들의 경우 임신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데, 첫째를 20대에 낳았다가 둘째를 30대에 시도하는 부부도 마찬가지로 임신이 쉽지 않다. 첫째를 가졌기 때문에 불임이 아니라고 방심하고 가족계획을 몇 년 후로 미뤘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최근 출산율 저하로 둘째 낳기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둘째를 가지기 싫어서가 아니라, 가지고 싶어도 못 가지는 부부들이 많아지고 있다.

임신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 중 또 다른 하나가 사회의 제도적인 장치이다. 육아를 위한 고비용으로 인해 임신 자체를 포기하는 부부도 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임신을 하게 되면 육아로 인해 직장을 쉬어야 하는데, 외벌이에 의지하게 되면 경제적인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마음 놓고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임신을 주저하는 요인 중의 하나가 해결될 것이다.

사회적 현상으로 인해 아이를 가지기 싫어하는 부부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이런 경우를 ‘사회가 만들어낸 불임’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녀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를 낳으면 축복이라기 보다 아이에 대한 대책 없는 행동으로 비쳐지는 분위기니 오죽하겠는가.

불임이라는 문제는 단순히 신체 구조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적인 문제와 사회의 전반적인 환경과 결부되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임의 경우, 불임이라기보다는 임신이 어렵다는 의미인 ‘난임(難姙)’으로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임신이라는 것은 확률적인 경우의 수에 의해 결정되므로 확률이 떨어지는 부부라면 아무리 현대적인 시술을 받더라도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신체구조적인 문제를 갖지 않은 부부의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것은 아마 본인이 가장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하루하루의 생활 습관은 어떤지, 그리고 먹는 음식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과로를 하고 있는지, 너무 쓸데없는 일에 스트레스 받지는 않는지 등.

난임의 원인을 밖에서 찾기 보다는 우선 내 안의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나쁜 습관들이 몸에 배어 있다면 그런 점들을 먼저 고쳐나가는 것이 임신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쉽게 접하는 인스턴트 음식들도 가급적이면 제한을 하고, 평소 중독되었던 커피도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끊기 바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실천을 하고, 그 다음 몸에 필요한 처방을 받도록 한다.

도움말: 이종훈여성한의원 원장 이종훈 (http://www.beautywom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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